자연지리학의 한 분과로서 지형학의 핵심은 지형과 그 기원 및 지형의 지리적 특성과 영향에 대한 연구입니다. 지형학은 지리학뿐만 아니라 기후학, 지질학, 생물학과 같은 다양한 과학 분야의 정보를 바탕으로 지표 위의 암석권과 수권, 대기 및 생태계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설명합니다. 지형학이 어떻게 자연지리학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발전하여, 지형의 진화 및 인간과의 상호 연결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지형학의 발달과 형성
지형학을 의미하는 단어, Geomorphology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지구(earth)를 의미하는 ῆγ, gê, 형태(form)를 의미하는 μρφής, morphḗ 및 담론(study)을 의미하는 logos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지구의 형태에 대한 담론인 것입니다.
이 지형학이란 학문은 유럽에서 19세기 중반 이후에 처음 등장했으며, 영국의 지질학자였던 존 에드워드 마르는 그의 저서 “경관의 과학적 연구”(1900)에서 자신의 책을 ‘지질학과 지리학이 결합하여 생겨난 주제인 지형학에 관한 입문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학문적으로 지형학(Geomorphology)은 비교적 새로운 연구 분야이며, 19세기 중반 이후 지구 과학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한 관심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지형학은 역사가 깊은 연구 분야입니다.
지형과 지구 표면의 진화에 대한 주장과 연구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헤로도토스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확인이 되고, 10세기 무슬람 학자인 아부 라이한 알 비루니도 퇴적작용에 대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독일의 야금학자이자 광물학자였던 게우르기우스 아그리콜라도 그의 저서 “지하산물의 성질에 대하여”(1546)에서 침식과 자연 풍화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동양에서도 3세기경, 도(道)가의 연금술사였던 갈홍이 지은 “신선전(神仙傳)”에서 이미 그 유명한 ‘뽕나무 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묘사가 등장했는데 이는 그 당시 지형학과 관련한 초기 이론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추정되며, 11세기 중국 송(宋)대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심괄은 절벽 지층의 이매패류 화석을 근거로 한 지형학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태동한 지형학은 이후 식민지 제국주의의 전개와 더불어 유럽 탐험가와 과학자들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지형과 그 경관에 대해 연구하였고, 그로 인한 지리적 지식의 축적과 더불어 보다 체계화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지형학 연구에서 정량-공정 기법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형학자들은 시간의 경과에 의한 변화의 개념을 소개한 다윈의 영향을 받아 경관 형성에서 침식, 풍화, 퇴적 등의 과정적 역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세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형학은 항공사진, 지리정보시스템(GIS), 수치 모델링 등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2. 지형학의 주요 연구내용: 자연지리학의 분과로서의 관점
지형학은 암석과 기복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지각은 각종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암석은 그 종류에 따라 풍화나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복은 암석의 차별적 풍화와 침식의 과정을 반영합니다. 기복의 형성에 있어서 암석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기복의 진화 탐구는 현재의 지형이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히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기후나 침식기준면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변동하게 되면, 진화의 방향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과거의 기후가 지형 발달에 끼친 영향이나 침식기준면의 변동 또는 지반운동과 관련된 단구나 평탄면의 발달 등을 연구합니다.
지형적 프로세스는 보통 풍화작용과 더불어 바람, 유수, 빙하 등의 기구에 의한 레고리스의 생성, 그 물질의 수송 및 최종적인 퇴적 등으로 형성됩니다. 이러한 기구가 작동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파악하려면, 기구 자체에 대한 작용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접근방법에 있어서 전술한 두 분야와 차이를 보입니다. 앞의 두 분야는 대부분 특정 지역의 지형이 연구의 대상인데 반하여, 이 분야는 연구내용이 계통적이고 여타 인접한 과학의 정보가 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의 성과는 지형학을 ‘형태와 형성작용’을 연구하는 과학으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지형 발달에 미치는 기후의 영향도 연구의 대상입니다. 지형 발달을 이끌어 가는 각종 작용은 기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마존의 습윤지역과 건조한 북부 아프리카의 지형, 그리고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지역과 차가운 시베리아 내륙의 지형은 전반적으로 기후의 차이를 현저하게 반영합니다. 이 연구 분야는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지형 발달의 지역적인 차이를 밝히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 접근 방법이 훨씬 지리학적입니다.
지리학에서는 그 요소들의 분포를 중요하게 여기고, 지형을 환경의 한 부분으로 인식합니다. 지리학적인 지형학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형 자체의 형성과정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분포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3. 지형학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상호작용
3-1. 자연 환경의 이해
지형학의 연구는 우리의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지구 표면의 지형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지진, 해일, 홍수 및 산사태와 같은 자연 재해의 발생 및 그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계곡, 단층 등의 지형은 지진 에너지의 증감을 유도하고, 그 진동의 분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안이나 해저의 지형은 해일 및 쓰나미의 발생과 전파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또한 홍수나 산사태의 경우도 경사면의 경사도, 토양의 종류, 식생 등의 지형적 요인이 그 발생과 규모에 큰 영향을 줍니다.
3-2. 자원과 산업의 관리
지형학은 자원의 분포와 그 활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천연광물이나 물, 토양 등은 그 지형적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형학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인류의 생존과 떼어놓을 수 없는 농업을 비롯한 산업 활동은 토양의 침식, 물 공급과 수급의 문제,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야기합니다. 지형학은 토양의 특성과 지형적 조건을 고려하여 관리하게 함으로써 최적의 산업 배치 및 구조를 계획할 수 있고, 동시에 이런 활동에 의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여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3-3. 도시 및 인프라 개발
인구의 이동에 따른(혹은 그것을 유도하는) 주거지 및 상업구역의 확장으로 인한 도시와 인프라의 개발은 자연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지형적 조건은 도시의 배치 및 네크워크 형성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도시화가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고 교통 및 도로를 포함한 인프라의 효율적 설계와 그 품질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즉, 지형학은 인간의 문명 활동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를 활용하여 지구의 자원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여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데도 반드시 연구되어야 할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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